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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내리는 날 외1편 / 김요아킴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7 [10:34] | 조회수 : 180

  © 시인뉴스 포엠



 

흰 눈 내리는 날

 

 

                               

그 해 겨울은 좀체 오지 않다가

흰 싸락눈 몇 점으로 시작되었다

낯선 길처럼 어둠은 쌓이고

지친 그림자 포개어

피어오르는 포장마차의 국물에 눕혀놓고는

내리는 눈처럼, 사뿐히

다가오는 제야의 종소리를

한 잔의 소주로 털어 넘겼다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거스르며

뜨거움 치열했던

그 길디긴 매운 여름의 꼬리를

혼자서 더듬어 보다가

축 처진 어깨

다시 한 번 추스르며 보았던 하얀 눈들

골목 가로등 불빛 사이로

새해를 재촉하듯이

모든 것 감싸 안고 죽어 버렸던

그 하얀 눈들이

오늘 아침부터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다

 

아마도

대설주의보가 내려 질 모양이다

 

 

 

 

 

 

 

 

 

 

 

그해 크리스마스 1

 

                         

                       

예수가 태어나던 날

두 마리의 비둘기가 죽었다

날갯죽지를 펴 보지도 못한 채

바들바들 바싹거리는 솔가지 위로 떨다

상처 난 구멍을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비는 몇 년마다 풀려 나오는 총을 들고

다시 사냥을 떠나고

어린 소년은 달빛으로 어슴푸레 비치는

외그림자가 무서웠다

마리아가 예수를 낳던 그날

우수수 부대끼는 갈잎의 통곡 저 멀리

총소리가 뒷산을 타고 오르고

푸드덕하는 날갯짓이

소름처럼 다가오는 그해

한 독재자는 총탄에 맞아 쓰러졌고

마을에서는 여전히

별빛 같은 캐럴송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3년 계간《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문학청춘》신인상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공중부양사』와 산문집『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가 있다. 2014년『행복한 목욕탕』2017년『그녀의 시모노세끼항』2020년『공중부양사』가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20년 제9회 백신애 창작기금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며, 청소년 문예지《푸른글터》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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