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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반달 외1편 / 유애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8 [11:17] | 조회수 : 70

 

  © 시인뉴스 포엠



추석 반달

 

유애선

 

 

 

맨발로 달려 나가는 시어머니가 보름달입니다

영정사진속 웃고 있는 시아버지도 보름달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 매부 남동생 여동생 조카와 함께

거실 한복판을 비추는 남편도 보름달입니다

 

온집안이 달빛입니다

부엌에서 반쪽이 된 나와 동서만 반달입니다

 

맨발로 달려 나오는 엄마가 보름달입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버지도 보름달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숙부 숙모 오빠 언니 형부 조카와 함께

거실 한복판을 비추는 나도 보름달입니다

 

온집안이 달빛입니다

부엌에서 반쪽이 된 올케만 반달입니다

 

 

 

 

 

 

 

 

 

 

 

 

 

아내

 

유애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잘한 일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곰 같은 여자와 결혼한 일이다

값비싼 아파트는 아니지만

깜깜한 굴속에서도 끄떡없이 살아온 지금

나는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다

칠월에 장마가 퍼붓던 날 영등포역 앞에서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자기가 젖는 것도 모르고

우산 하나를 내게 내밀던 여자, 나는

내가 찾던 곰이라는 걸 첫눈에 알았다

덕분에 비를 피하며 함께 살아온 날들은

비바람이 불어도 행복했다

곰은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평생 그 쓴 쑥과 매운 마늘만 먹고 살아온 곰이 가진 거라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친

손바닥 발바닥이 닳은 몸뚱이 하나

오늘아침에도 부엌에서 밥을 하는 곰의 작은 어깨를

살며시 안아 준다

 

 

 

유애선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계간 <시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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