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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아찌 보고서 외1편 / 고바다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8 [11:20] | 조회수 : 78

  © 시인뉴스 포엠



 

무장아찌  보고서  /  고바다

 

당신과 내가 서로에게 잘

물들어야 한다고 어머니가 말했지

그래야 탈 없이 살 수 있다고

누누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소리

당신의 그 짜고 시커먼 속으로 풍덩

나를 내려놓던 날

매일 한 꺼풀씩 나를 떠나보내는 일

하얀 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매 순간이 쉽지는 않았지

끊임없이 스며드는 당신과

매시간 부대꼈지

나를 포기해야 받아들일 수 있는 당신

그건 우리 둘 사이에 이미 정해진

약속 같은 것이었는데

당신은 그대론데

나만 물들어가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돌아서고 싶었지

아무 희망 없이 다 포기하고

싶을 때쯤 따끔거리던 기억이

어느새 지워지고

쓰리고 아팠던 시간도 다 지나가고

찰랑이는 당신이 편안해져 가고 있네

우리는 새로 태어난 건가

서로에게 곰삭아져 진 건가

 

고마워요. 당신

빈틈없이 곁을 내주고

욕심을 버리고 나를 지켜준 당신

 

 

 

 

흑산도 아가씨  /  고바다

 

 

 

뭍이 될 수 없었던 파도위품

쪽빛 세모시 한필을 펼쳐 읽는다

 

긴 세월 손때 묻은 인생의 기록표

지워가는 흑산도 아가씨

낯선 눈빛이 등대 불빛처럼 흔들리고

 

장맛비에 허물어지는 길

물을 흘려보낸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삶의 모서리마다 내리던

햇살 한줌

가쁜 숨소리 잦아드는 늦은 오후

또 다른 장마를 예감하는 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을 묻고

요양병원 침대 한 칸이

지상의 마지막 집이 될까

젊었던 세간살이 다 나눠주고

남은 발 편한 운동화 한 켤레 신고

마지막 외출을 한다

지문 헝클어진 문고리를 잡고

안부 인사 다시 전할 수 있을지  

 

 

 

 

 

 

 

 

 

 

고바다

2020<시와 편견>으로 등단

공저-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외 다수

시와 편견 작가회 회원

시사모 동인

시사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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