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오후 3시, 광화문 근처 외1편 / 이만영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11 [11:08] | 조회수 : 51

 

  © 시인뉴스 포엠



오후 3, 광화문 근처

                                                   

 

 

 

표정을 반으로 접으면

거울 속 너의 쫄깃해진 목소리

어슬렁거리며

부풀어 오른 심장을 펼쳐 널어놓곤 했다

 

광화문 보러 면접 가는 길

 

세종로 로열빌딩 안으로

한 발자국 들이밀었을 뿐인데

 

방아쇠 걸리는 소리

낯선 손가락이 나를 겨누고 있다

 

설마 하는 나와

혹시 하는 나 사이

이마와 옆머리에 정확히 두 방 맞았다

 

정상입니다

 

마스크 밖으로 삐져나온 목소리 위로

손 세정제 몇 방울 굴러 떨어지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아니, 비벼댔다

 

총알이 킬킬거린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뒤통수에 넣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유와

팬데믹 극복에 대하여 아는 대로 말해 보시오

 

 

면접관의 입술 주변으로

낯선 시선들이 덕지덕지 들러붙었다

 

정해진 답을 쏟아내는 나의 입과

정해진 위치를 표시하는 그들의 손짓

 

이 바보오 또 쫄았구나아

내 목소리가 내 뒷덜미를 낚아챈다

 

그래서 그랬는지

걸어 나올 때는 뒤쪽이 가려웠다

 

여간해서 뽑지 않으려는 그들과

어지간한 스펙조차 없는 나

 

누가 더 변명에 가까웠을까

 

*

 

광화문을 나와 회전문을 걸었다

 

어디서 총성이 울렸던가

어디쯤 폴리스 라인이 둘러쳐졌던가

 

암호 같은 숫자들

분수 물줄기 사이로 교묘히 빨려 들어간다

 

마스크 안쪽으로 표정을 숨기고 걷다가

미진분식에 들러 냉 메밀을 주문한다

 

두툼한 면 가락 속을

헤치다가

 

또 다시 익명이 되고  

 

                                                계간 <예술가> 2020년 가을호 

 
 
 
 
 
 

 소파와 식빵과 쇼팽

   

 

 

 

       

 식빵이 말랑해지고

 쇼팽이 소파처럼 안락해진 음을 음미한다

 

 필름이 끊기는 순간 뭉쳐진 장면이 떠오른다

 가죽같은 섬유질

 

 감정에 핏대를 세우고 나는 대체 뭐가 되려고

 아! 이런 식빵!

 

 같은 입술이 다른 모양을 흉내 낸다

   

 구름이 구름으로 뒤덮힌 도화지를 꺼낸다

 칼칼해진 목청 한 옥타브쯤 떼어내

 피아노를 치고 있는 쇼팽의 입꼬리 위에 입꼬리를 덧칠하는 일

 

 귓바퀴를 버리면 푹신한 소음과 물렁뼈가 만져진다

 

 뱉어낼수록 후련해지는

 

 무릎과 무릎을 마주대면

 하루가 지난 하루가 허벅지로 흘러내린다

 

 나는 소파 위에 너는 식빵 속에 누웠지

 쇼팽을 흠뻑 덮고

 

 우걱우걱 뼈째 씹히는 내부 늘 허기가 잠을 방해한다  

 

 부풀어간다는 말

 밤이 깊어간다는 말로 들린다

 

 

 누었던 소파에서 쇼팽의 살 냄새가 나고

 

 밤은 그저 제멋대로 굴러가는 익숙한 리듬

 만지기 좋은 가죽으로 연주하고 싶은

 

 말랑말랑한 소음처럼

 

 

 

 

                                  웹진 <시인광장> 201812

 

 

 

 

 

 

.....................................................................................

 

 

 

 

 

*이름: 이만영

*약력:  8회 웹진『시인광장』 등단

 

*원고(): 1. 오후 3, 광화문 근처 (계간 <예술가> 2020년 가을호 )

            2. 소파와 식빵과 쇼팽 (웹진 <시인광장> 201812월호)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