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
들길을 가네 5월의 들판은 연둣빛 풀빛 바다 풀빛 물 위에 별이 되어 뜬 노랑 풀꽃 별밤을 엎어 놓은 듯 별들이 떴네
이쁜 꽃 꺾어 가자고 손 내밀면 바람이 내리는 공습경보 애기똥풀 노랑꽃이 흔들리며 들판은 풀빛 물결을 치네
네 이름 애기똥풀, 진짜인가 호기심에 꺾어내니 애기똥물 노란진액이 눈물처럼 흐르네
어머니의 베개
베갯잇에 수놓인 작은 들꽃은 들국화, 쑥부쟁이..... 이름 모를 들꽃들 어릴 적 어머니는 베갯잇마다 꽃을 수놓으셨다
먼데 산골 집 굴뚝에서 불냄새를 한 움큼씩 끄집어 낼 때쯤 어머니는 내 머리에 당신의 팔베개 대신에 들꽃 핀 베개 하나 받쳐놓으셨다 풀 먹인 광목 위 들꽃의 까칠함이 잠을 흔들 때 식어가던 방바닥을 미지근히 덥혀오던 새벽 장작불 한 장씩 번져오는 구들장의 뜨듯함에 새벽잠은 다시 스르르 잠들어버렸다
어머니는 내 머리에 베개 하나 받쳐두고 밤새 식어버린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아랫목은 어머니의 품처럼 언제나 따뜻했다
혼자 잠드는 밤 내 머리맡에 베개 하나 놓여있다 칭얼대는 졸음을 베개에 눕히면 나약하게 감기는 눈 졸음처럼 배어 나오는 어머니의 들꽃들...... 귓전에 어머니의 맥박 뛰는 소리가 곁에 와 눕는다 눈꺼풀 옆으로 흐르는 들꽃 같은 숨소리 한 가닥씩 되뇌이면 눈 감은 천장 위로 하얀 들꽃이 별처럼 핀다
배윤주 시인
충북 영동출생 한국교원대학교교육대학원 과학교육전공석사 2019년 『시와 경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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