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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겨울 외1편 / 김해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13 [11:01] | 조회수 : 74

 

  © 시인뉴스 포엠



북항, 겨울 / 김해미

 

  바람이 매서웠다. 겨울이라 해가 진 지 오래. 북항 대합실 한 쪽 난로는 제 한 몸 덥히기도 힘겨워 보일 정도로 낡아 있었다. 살비듬처럼 녹으로 녹아내린 몸. 금가고 깨진 창문으로 들이친 바람이 천장 모서리의 거미줄을 휘저어 놓았다. 찢긴 거미줄에 동그란 알 주머니가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나는 어미 거미의 무신경을 속으로 몹시 나무랐다.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다는 그 많은 눈을 받아먹고도 허기진 듯 쉴 새 없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흐린 수면 아래 물고기들이 입으로 받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눈발에 가려 건너편 도선장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철선을 타면 10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 바다의 폭이 섬과 육지의 운명을 갈랐다. 초조하게 시간표를 거듭 들여다보고 벽에 걸린 먼지투성이 둥근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초침은 고집스레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시계 밖 일이야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추위가 한층 심해졌다. 건너편 섬에서도 버스를 갈아 타고 가야 할 집, 뜨거운 아랫목이 눈물 나게 그리웠다. 막배 시간은 멀었다......

 

 

 

 

 

바닷가  민박 / 김해미

 

남쪽 바다 엎드린 섬마을로 가

늙은 몸을 납작 눕히고 싶네

바람이 굿판 벌이던 폐가 닦아내

 

밀려온 바랜 나무로 뼈를 세우고

해당화로 문을 바른 토담집

마당엔 백일홍 심어두고

떠난 사람 소식에 하루는 길어

아침마다 출항하는 포말에 손 흔들어

저녁이면 갈매기 앞세우고 오는 모래톱

노을이 엎질러진 바다를 마시면

옛날 내 피 이처럼 붉었어라

심해처럼 깊은 기억을 발굴하면

기어코 따라붙는 따개비 같은 상처

더러 사랑에 지친 사람이 와 앉고

가끔 사람에 치인 사람이 와 눕는 집

매생이국 끓여낸 평상 옆

모닥불에 녹슨 석쇠 얹어

비린 바다 두어 마리,

침묵하던 조개가 입을 벌리고

돌돌 말린 소라, 두루마리 풀어내네

돌 틈 사이 사연들 끼워 넣으면

두꺼워지는 바다의 비망록

그대 흠집 가득한 사람아

사는 동안 한 번은 기억하시라

눈 내리는 밤 뜨거운 빈 방 하나

가슴으로 데우고 있는 여인 있음을

 

 

 

 

 

 

 

 

 

* 프로필: 본명 김경미, 전남 신안 출생

 

                 월간 문학세계 등단

 

                 공동시집 「고양이 골목 」외

 

                 모던 포엠 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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