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꽁치 외1편 / 이여명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16 [10:17] | 조회수 : 344

 

  © 시인뉴스 포엠



꽁치

 

 

쟁반 위에서 해체되고 있다

뾰족한 주둥이도 눈알도 허공을 응시하지 못하고 있다

푸른 바다의 물결을 만들었던 몸

여기 식탁에서 온전히 해체되고 있다

검푸른 껍질에 붙어 죽은 살코기가 발라진다

등뼈에 가로 붙은 갈비뼈가 도랑에서 씻긴 써레 날처럼

드러난다 가느다란 속뼈는 어디에 썼을까

그의 신경을 눌러 쥐고 물속 깊이 지느러미를 흔들던 기억

감추고 싶었을까 검은 뱃속은 진흙 웅덩이처럼 진물을 쏟아낸다

간암으로 복수가 차올라 죽은 농사꾼 내 친구도  

소리꾼들이 달래자 상여 위에서 진물을 쏟아내

가던 길 머뭇거린 적 있었다 나는 오늘

그의 몸을 좀 색다르게 기름에 익혀 대렴하고 있다

등뼈를 세워 뒤집고 아가미와 꼬리 쪽 살은 조금 붙여두고

검은 뼈로 반듯하게 누워 있다

누구든 끝에는 흰 뼈 검은 뼈로 남는다는 걸 안다

그도 무덤 속에 이렇듯 누워 슬픈 생각들부터

먼저 도려내 날마다 파내고 있을 것이다

 

 

 

 

 

 

 

 

 

 

 

 

 

 

 

 

 

어물전

 

 

상어는 바다의 식인 상어가 아니었다

토막 난 돔배기

어물전 좌판에 붉게 놓여 있었다

도미 조기 가자미 꼼짝하지 않고

눈알 빤히 뜬 채 주인 기다리고 있었다

차례로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 손 혹은 두 손 하면서

제사상에 맞는 크기와 마릿수로 팔려 가고 있었다

어물전 아줌마는

조기가 바다를 그리워할 것 같았는지

소금을 뱃속까지 잔뜩 뿌려 넣고

푸른 비닐봉지에 넣어 내게 건네주었다

 

 

 

 

 

 

 

 

 

 

약력

이여명/ 경주 출생, 2004년 농민신문신춘문예 등단

      공무원문예대전 우수상 수상, 3회 경주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경주문인협회 회원

      시집 『말뚝』 『가시뿔』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홍수연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