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꽃의 사체/ 강순
가장 낮은 자세로 살다가 눈을 감든 가장 높은 자세로 살다가 눈을 감든 사체가 되어 가장 숙연해지는 순간 올 줄 알았다 아름답다는 혹은 화려하다는 찬사 다 필요 없을 줄 알았다 내 이름 거룩하게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사랑이든 미움이든 한 조각 풍문이 될 줄 알았다 많은 주문들을 주워들은 허공이 그래도 그립다 풍장을 해달라 바람의 소리를 듣고 싶다 짐승의 발자국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구에게 유언을 남길 때 한 조각 쓸모 있는 말이 생겨 흙에 닿고 싶다
기억들에게 할퀸 문장들 촛대에 이는 바람 한 조각
-강순 시인의 시집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중에서. 파란시선
사족)
드라이플라워가 시적 소재인 것 같다. 꽃이나 사람이나 세월에 시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 때가 이르러 살아있던 모든 것들은 화려했던 과거를 돌이켜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꽃을 자신에게 투영한 시인은 모든 사물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죽음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일이 이상을 실현하는 큰 의미이자 꿈을 복제하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자세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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