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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고영민

박일만 시인 | 입력 : 2021/03/02 [09:58] | 조회수 : 75

 

 

밥그릇/ 고영민

 

 

밥하던 아내가

포개진 밥그릇이 빠지지 않아

나에게 들고 왔다

한 그릇에 조금 작은 그릇이 꼭 끼여 있다

 

그릇이 그릇을 품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당신의 아픔

당최, 힘주어 당겨도 꼼짝하지 않는다

물기에 젖어 안으로 깊어진 마음

오늘은 저리 꼭 맞았나 보다

 

한 번쯤 나는 등 뒤에서 너를 안아보고 싶었네

 

선반 위,

씻긴 두 개의 밥그릇이

봉분처럼 나란하다

 

 

너스레

간혹, 이 시와 같은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물건이 서로 꼭 껴서 빠지지 않을 때 당혹스러웠던 기억. 혹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밀착되어 갈등을 일으킨 경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시를 쓴 시인은 그러한 현상을 갈등이 아니라 사랑으로 포착해 냈습니다. 탁월합니다. 더 나아가 이 사랑을 평범하지 않은 절대적인 사랑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포개진 두 개의 그릇을 사람에 비유하여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뒤에서 안고 있는 형국으로 잡아냈습니다. 더 나아가 시인은 아내를 안아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은 대상으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사랑의 감정을 담아 옴짝달싹 못하게 등 뒤에서 포옹을 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마치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포개진 밥그릇이 시인의 깊은 시선을 통해 완벽한 사랑으로 탄생했습니다. 죽어서도 함께 할 봉분도 미리 만들어 놓았군요. 합장!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아래 출생

·2005<현대시> 신인상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서정시학),

뼈의 속도(실천문학)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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