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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로 외 1편/ 장자순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3/02 [11:14] | 조회수 : 122

 

 

 

 행로

 

 

바람은 풀과 풀잎의 기슭에서

아슬 하였다

 

공간과 공간에서 너의 눈빛,

입술은 입에서 멀지 않았고 다리와 무릎

사이도 그러하였다

 

칸나 꽃은 죽을 때까지 푸름과 붉음의 경계선을

지우지 않듯이

 

사랑과 죽음의 속삭임에서

너의 칸들은 블랙과 화이트 사이에 있고

고리에서 고리 사이로 바람이 분다

 

고요에서 고독은 점 이었고

고요는 고독에 닿지 못했다

 

하나에서 하나로 가는 길은

수만 개로 번지는 나무 잎맥 같은 행로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기 위해

많은 강물이 돌 틈에서 빛나듯이

 

 

 

 

골목의 생각들

 

길이 이어져있어요

골목길이네요

처마 밑으로 빗방울이 자라고

창은 입을 다문 것처럼 까만 눈썹 같아요

길 표면은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빗소리는 숨을 죽이며 내리고 있어요

골목 천장은 하늘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리를 잡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잎처럼 소리가나요

구름의 가벼움을 닮고 싶어서

나는 그렇게 걸어요

그날따라 인적은 길을 따라 흩어졌어요

비가 오는 골목은 비만 있고

비의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빗방울을 낳고 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비의 문을 닫고 돌아온 골목에서

빗소리를 마당에 심는 날이 생겨났어요

발가락 사이로 빗물이 흐르네요

길은 숨을 쉬듯 짧아졌다 길어져요

쉼표처럼 창문이 눈의 틈으로 열리고

누군가는 기다린다는 말만 남기고

하얀 불빛으로 떠났어요

 

 

 

 

 

약력
·2014<시에>로 등단.
·시집으로 새들은 일요일에 약속을 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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