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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기 외 1편 / 박완호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4/15 [10:14] | 조회수 : 126

 

 

 

 

간절기 

 

 

 환절기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환절기가 찾아왔다. 사랑 뒤에 사랑이, 이별 뒤에 이별이. 환절기에서 환절기로 가는 어디쯤에서 삶은 마지막 꽃잎을 떨구려는 건지. 죽음 너머 또 다른 죽음이 기다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죽음은 늘 다른 누군가의 것이어서, 나는 내내 아파하기만 했을 뿐. 환절기와 환절기 사이, 좁고 어두운 바닥에 뿌리를 감추고 찰나에 지나지 않을 한 번뿐인 생을 영원처럼 누리려는 참이었다. 또 하나의 환절기가 지척에 다다르고 있었다. 

 

 

 

엇박자

 

  

하필 시험 날만 되면 학교 옆 골목을 흔들어대는 장사 트럭의

소금 팔아요 소금, 하는 소리나

동태나 오징어 마른 뭐라고 하는

카스테레오를 통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높낮이 없는 아저씨 목소리는

참 기막히기도 하지, 딴 날엔 기척도 없더니

중간 기말 모의고사 시험 때만 되면 어떻게 알고

학교 옆 골목을 멈춰 선 것처럼 천천히

안 나가려는 듯 빙글빙글 돌아가는지

그럴 때마다 꼭 한마디 하는

옆자리 선생의 추임새는 또 어떤지

한쪽이 얼쑤 하면 다른 한쪽이 지화자 하는

짝꿍끼리 환장하게 놀아나듯 죽여주는

이 소리 저 소리 틈에 엉거주춤 낀

나는 또 어떻고, 시험 때건 아니건 간에

선거철마다 교실 창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놈들 저놈들 목소리처럼

소금이 왔어요, 소금이 왔어요, 하는

장사꾼 아저씨의 반 박자씩 늘어지는

카세트테이프 음도 어쩌면 깜빡 죽이는

박자를 타고났지, 오늘도 어김없이

수험생들의 귓가를 어지럽히는

소금 팔아요, 소금

소금 팔아요, 소금

느릿느릿 학교 옆 골목을 지나가는

장사 트럭의 저 아저씨, 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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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시인

1991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아내의 문신,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내 안의 흔들림.

김춘수시문학상 수상.

서쪽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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