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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궁전 외 1편 / 조영심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4/16 [10:10] | 조회수 : 101

 

 

 

떨리는 궁전

 

 

푸른 기억창고의 빗장을 열고

흔들리며 피어난

환상의 성() 알함브라, 네 가슴쯤에 이르다가

 

눈멀고 밝은 귀까지 닫혀

아리아드네의 실로도 빠져 나오지 못한

깊디깊은 미로의 궁

 

너는 기타를 연주하는 작은 오케스트라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무지갯빛 물방울을 세공하는

트레몰로 마법사

눈물 한 방울 떨림까지

감지하는 아르페지오

 

아프지 않은 이별이 있을까만

그 짐마다 져야 할 무게가 달라

훌쩍 떠나버린 너의 빈자리는

누리 떼가 쓸고 지나간 폐허 오늘은,

 

저만치 시간 너머 붉은 성으로 서서

다시 나를 흔들지만

 

투명 젤리처럼 내 천개의 하늘도

방울방울 한 떨기로 이느니

 

 

 

새벽을 탁발하다

 

 

붉은 맨발의 행렬

어둠의 염주 알 꿰며 걸어온다

구름밭 두렁에 이랑을 치듯

산 죽음에서 숨의 결을 일으키듯

반만 열린 어깨 쪽으로

 

새벽이면 나도 빈 그릇 채우러

거리로 나가던 시절이 있었지

가쁜 숨 몰아쉬며 가파른 온밤을 견디던 그때

담아도 담아도 밑 빠진 밥그릇이던

그런 신새벽

 

채워도 넘치지 않고 채우지 않아도 가득한

혜안의 응기(應器) 하나 얻고자

밥을 얻어 나를 비우고

명줄을 이어 일궈낸 목숨으로 돌아와

더운밥 속으로 느리게 스미던

,

 

몇 겹으로 얽힌 곡절의 넝쿨을 끊듯

막 당도한 새벽이 실어온

한 주걱 바람,

달다

푸르다

라오스 루앙 프라방 새벽 탁발

 

 *라오스 루앙 프라방 새벽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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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심 시인

전북 전주출생 2007[애지] 등단

시집 담을 헐다』 『소리의 정원』 『그리움의 크기 

현재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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