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바닥 외 1편 / 장시백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4/19 [09:58] | 조회수 : 540

 

 

 

 

바닥 

 

 

미세먼지가 심장을 후벼도 알지 못한 채

거친 호흡으로 달리다가, 때론 걷다가

길을 잃고 주저앉아 있을 때에도

달과 별은 여전히 가던 대로 흐르고

맞지 않는 안경처럼 희미한 가로등은

멀어지는 기억을 불러오지 못했다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 근심은

안개 자욱한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한 뼘도 안 되는 바닥을 긁어대고

바닥을 드러낸 바닥은 찢기고 부스러져

또 다른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내가 가지 않아도 세월은 기어코 가던 길을 가고

어느 화창한 봄날, 바닥이었던 곳에서

고개를 쳐든 민들레 새싹이

겹겹이 덧댄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으로

긴 심호흡을 하고

낮은 담벼락 위로 울렁거리는 아지랑이가 눈부시다

 

 

 

딱따구리의 눈물 

 

 

은사시나무 숲에서는 조각난 햇빛이 조명을 준비하고 있다

수풀 사이로 입장하는 연주자들의 작은 발소리가 고요를 깨뜨리고

기대감에 부푼 나무들은 작은 떨림조차 숨기지 못해 잎을 팔랑거리기 시작한다

숨을 죽인 렌즈는 무대와 관객 사이로 줄타기하듯 오가며 초점을 맞추고

진행자 없는 연주회는 오묘한 질서를 만들어내며 완성되지 못한 악보를 읽어나간다

까막딱따구리는 대단원을 준비하고 있다

철새가 텃세를 부리는 것이 이곳만의 일은 아니라며 속을 달래왔던 시간

돌아오지 않는 짝을 기다리며 치열한 삶의 몸부림으로 지켜낸 보금자리

딱따구리는 그 시간의 울림을 둔탁한 소리로 하늘을 향해서 뿌려대고 싶었나보다

새끼들의 날갯짓에 오랫동안 앓아왔던 두통이 잦아들면

둥지를 누군가에게 내어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늘다람쥐가 그림자 속으로 빨랫줄 같이 파고드는 햇빛을 피해 날아다니고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은사시나무 이파리의 박수갈채 속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크낙새의 절규가 뾰족한 기억으로 남아 흔들리고 있다

 

 

 

 

 -------------------------------------------------

▲장시백 시인

시인, 소설가

서정문학, 경기소설가협회 등단

성남탄천문학, 한국소설창작연구회 회원

소설미학 편집위원, 시인의 시선발행인

서울디카시인협회, 도서출판 한국IT 대표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홍수연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