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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 김남극

박일만 시인 | 입력 : 2021/05/16 [17:38] | 조회수 : 54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 김남극

 

 

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묵었고

연초록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 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섞인 밥에 막장 비벼 먹으면서

첫사랑 여자네 어머니가 사는 집 마당을 넘겨보다가

 

한 때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햇살도 한 평밖에 몸 닿지 못하는 참나무 숲

새끼손가락만한 연초록 대궁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까실까실한,

속은 비어 꺾으면 툭 하는 소리가

허튼 약속처럼 들리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종아리가 희고 실했던

가슴이 크고 눈이 깊던 첫사랑 그 여자 얼굴을

사발에 비벼

목구멍에 밀어 넣으면서

허기를 쫓으면서

 

 

 

너스레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오래된 일이고, 오래돼서 빛이 바랬고, 묵나물처럼 묵은 향기가 나고, 사랑이었는지 우정이었는지 분별하기도 막연하고, 보리밥과 막장사이에 섞인 연초록 나물 같고, 회색빛 나물 같고, 실속 없이 손가락이 까실까실하게 아프고, 혼자서만 약속을 하게 되고, 이름만 남고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고, 이 마음 저 마음 넣어 막사발에 비벼 놓은 나물밥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첫사랑은 아련합니다. 가슴에 남아 가끔씩 꺼내보며 미소를 짓거나 아니면 가슴 저릿한 감정을 되새김질하게 합니다. 첫사랑은 그렇게 흑백사진과 같은 추억의 한 토막으로 영영 남는 것입니다. (박일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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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등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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