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무관심 변주 / 김창희

이서빈 시인 | 입력 : 2021/06/02 [09:28] | 조회수 : 116

李書彬 詩人이 읽은 감성

ㅡ영주신문 연재시 재록

 

 

무관심 변주 / 김창희

 

 

무슨 전령인 듯 모사꾼의 목소리 같은 바람이 휘청 거리네

낙엽들은 제 몸을 굴리며 다가오는 계절에 서문을 쓰고

허공에만 떠 있는 구름은 슬픔이네

그 슬픔은 알고 싶지 않았으므로 모르는 것으로 할 것이네

 

늙은 사내의 오줌발 같은 가을비가 붉은 길을 끌며

달아난 옛 애인의 이름 석 자를 불러 세우네

신기가 오는 듯 낮은 호명으로 입속을 맴돌던 그 남자

백혈병이란 소문.

못 들은 것으로 할 것이네

 

그리고 행여 봄이란 게 쳐들어와 온천지 들판에 난리가 난다고 한들

그 또한 내사 모르는 일이네

내사 모르네

 

 

모사꾼의 목소리 같은 바람촌철살인이다.

바람이란 놈은 모사꾼이고말고.

사내의 허파에 들어가서 마음을 빼앗아 남의 여자 치맛자락 속으로 드나들기 시작하면 집안에 숟갈몽댕이 하나 안 남기고 심지어 문서까지 넘기게도 하는 모사꾼이다.

그뿐 아니다.

무속에 들어가 무를 다 파먹고 스펀지로 만들고, 사람의 뼛속으로 숭숭 들어가기도 하고

신바람이 되었다가 춤바람이 되었다가 맞바람이 되기도 하는 모사꾼 중에 모사꾼이다.

낙엽들은 제 몸을 굴리며 다가오는 계절에 서문을 쓰는해마다 땅에 나뒹구는 낙엽들이 온 몸을 말아울리며 바스락바스락 물기가 말라가는 이유가 다가오는 계절에 서문을 쓰느라고 그랬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20여 년 시를 썼다.

늙은 가을비가 달아난 옛 애인을 데리고 와서 백혈병이라고 해도 아무상관 없이 받아들이는 저 여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

올가을에는 비가 오면 반드시 잘 봐야겠다.

늙은 사내의 오줌발 같은 비가 어떤 비인지.

무관심의 변주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보아내는 힘이 부럽다.

 

 

 

 

 

김창희 시인 약력

명지대 문창과 박사 수료

현대시문학 기횔주간

시인 뉴스 대표

 

 

 

 

 

  • 도배방지 이미지

  • 해방 2021/06/03 [19:02] 수정 | 삭제
  • 김창희 시인님의 시를 읽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좋은 시 감상 잘 하고 갑니다.^^
관련기사목록
홍수연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 집필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