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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 외 1편/ 안태희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09 [09:43] | 조회수 : 77

 

불협화음

 

 

물소리 파랗게 사이고 있다

 

볕 좋은 날

대초열지옥에 맹렬히 타오르던 불길

물도 어쩌지 못하는 불길

사람들 눈빛에 꺼졌다

 

웃음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저 행렬들

불길을 끓어라 물소리를 퍼부어라 야단법석이다

 

열두 폭 주름골 치맛자락에

벌건 불덩어리 아우성이다

 

정신 나간 멀건 허공

 

붉은 연기 펄펄 날리는 곳

서천 아궁이에 다비식이 한창이다

저 뜨거운 좌선에

사리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대청봉 애기봉 장군봉

봉마다 붉게 번진는

이 혼절없이 사라질 가을의 진통

가을걷이를 품삯으로 거두어 드리는 ()

 

찰칵찰칵 불길을 쓸어담는 습격

天上界, 十善에 올려놓고

구름 마차타고

껄껄껄,

나이테 짜고 있는 가을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가슴 텅 빈 경전이 산불 떠난 자리에 뇌관으로 남아있다

 

 

 

귀양 가는 길

 

 

해보슬눈 해보슬해보슬 날리는 날

노송이 귀양 간다

 

눈보라에 찢어져 허연살 드러내면

달빛이 내려와 위로해 주고

별빛이 글썽썽 눈물 흘리던 숲속을 떠난다

 

꼬깃꼬깃 구겨진 할머니 무명허리띠같은 진부령 고갯길

매고 푸느라 다 닳아진 길 돌아 나온다

 

신발도 옷도 없는 알몸으로

트럭에 실려 귀양 가는 길

 

어지러운 고막 바퀴 속에 숨죽이는 솔방울들

 

겨울 펄펄 끓는데 살아온 시간의 길이

나이테에 감아두고

어허영차 어허영차 귀양 가는길

 

숲의 안부가 길을 가로막는다

 

 

 

 

 

 

 

▲안태희 시인

강원도 평창 출신

서울 문학 등림 (2008)

창작수필 등림 (2005)

산문집 첫눈위의 발자취’ (1994)

수필집 하늘로 문난 집에 시집보낸다’ (2017)

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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