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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날 외 1편/ 유은희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09 [10:03] | 조회수 : 109

 

제삿날

 

 

솔기 닳은 입들이 신발 속 깊어져 온다

 

얼키설키 서로의 밑창을 드러내는 것들은

바꿔 신어도 상관없을 그 발에 그 생이다

 

어머니는 손바닥을 부적처럼 접어 넣어

신발 속을 어루만져 돌려놓는다

 

칠 남매 북쪽을 향해 엎드릴 때

뒤축마다 박혀 든 못들이 울컥 치밀곤 한다

 

가족이란 삐걱거리는 마루 같아서

들어맞지 않는 서로의 아귀는 눌러 앉힐수록

그 모서리를 세우기도 한다

 

펌프샘보다 깊은 가슴 밑바닥을 끌어올려

꺽꺽거리는 울음도

문짝처럼 덜컹거리다 모로 누운 등도

한 이불을 당겨 살았던 시절로 발 뻗는 겨울

 

사주팔자 일곱 켤레의 깊은 입속을

일일이 들여다보던 맨발의 어머니는

코끝 찡한 새벽을 떼어 나눈다

 

모난 귀퉁이끼리 맞대어 여며준다

 

 

 

너를 보내고 

 

 

저 산 어깨가 흔들리는 건

 

그 너머 산 하나가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들길이 고개 떨구고 혼자 내려오는 건

 

내려오면서 자꾸만 뒤돌아보는 건

 

길 하나가 언덕을 막 넘어가기 때문이다

 

기슭에 주저앉은 노을 눈 그렁해지고

 

손 흔드는 막배는 멀어져 간다

 

떠난 것들의 등에서 저녁은 온다

 

 

 

 

 

 

 

 

유은희 시인

전남 완도 청산도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동 대학원 졸업

시집 떠난 것들의 등에서 저녁은 온다』 『도시는 지금 세일 중전자시집 사랑이라는 섬

수상 : 국제해운문학상 대상 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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