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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꿈 외 1편/ 이중동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0 [09:31] | 조회수 : 127

 

맨드라미의 꿈

 

 

  파리바게트 앞 화분에 그가 산다늦여름 빵집 여자가 화분에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그는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다그의 성장속도는 느렸고 심한 일교차로 앓아누울 때도 많았다열병을 몇 차례 치르고서야 닭 볏 같은 얼굴을 부끄럽게 내밀었다빵집의 문이 열리면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빵집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그의 외모는 사람들을 유혹하지 못한다그는 늘 외톨이다가끔 엄마의 손을 잡고 온 꼬마 손님이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는 출렁출렁 신이 나서 춤을 춘다빵집의 불빛은 화려하고 불빛은 별빛보다 아름답지 않지만 그는 늘 창밖에 서서 진열된 빵들을 바라본다빵집에 불이 꺼지고 여자가 돌아갈 때면 그는 유리문을 깨고 쪼르르 달려가 크로와상소보루카스테라슈크림빵찰깨빵을 콕콕 쪼아본다그러다가 아무도 몰래 자신의 모습을 본떠 만든 반죽을 오븐에다 넣고 노릇노릇 구워보기도 한다밤새 구운 빵은 빵이 되기도 하고 꿈이 되기도 하고 슬프도록 빠알간 꽃이 되기도 한다.  

 

 

 

식후 30

 

 

뱀 한 마리 동굴을 기어 나와

독기를 충전 중이다

갈라진 혓바닥으로 온도를 감지하며

냄새의 방향을 따라 대가리를 쳐들고 있다

 

기는 것은 구전된 그들만의 언어

감춰둔 발톱들은 때가 되면 본능처럼

날을 세울 것이다

 

충전을 끝낸 뱀이 벽을 기어오른다

금단의 열매는 맛이 있는데

암흑의 시간만큼 유혹도 간교해졌을 것이다

 

허기를 숨긴 뱀이 비늘을 세운다

가느다란 몸에서 잔물결이 일어난다

독의 분사는 빛처럼 빠르고 표적처럼 정확하다

요동치는 온몸이 고통으로 출렁인다

 

고통이 허물을 벗는다

통증 뒤의 시간은 길고도 평온하다

 

 

 

 

 

 

▲이중동 시인

경북 성주 출생,

2019창작21신인상 등단,

시옷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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