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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외 1편/ 이정희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0 [09:57] | 조회수 : 67

 

거미

 

 

허방다리 길을 내고

이음새를 조이는 철근공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허공에서

고정되지 않은 패널을 밟으며

아슬한 밥을 먹는다

 

타고난 짜깁기 선수

지진과 태풍에도 끄덕하지 않을

뼈들의 엉성한 집

잡념을 날려 보내고

정교한 솜씨로 허공을 엮어간다

 

새들의 가벼운 날갯짓

저체온을 탐낸다

허공은 지름길

돌아가는 법이 없다

 

바짝 타들어 가는 입술

심장을 팽팽하게 조이고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준다

 

하늘은 집 한 채 세 들이고

 

감겨오는 불안 너머

졸음이 뜯겨져 나가고

이슬 젖은 밧줄은 밤새 출렁인다

 

 

 

뚜껑

 

 

꼭 다문 입

단단한 뚜껑은 쉽게

속을 허락하지 않는다

 

뚜껑이 양쪽을 정해놓고

열리고 닫히는 일

자세히 보면 회오리 돌기들이

꽉 맞물려 있다

 

여느냐 닫느냐 필사적이다

탄산가스가 빠지면 이내 밍밍해지는 내용물들

공기로부터 톡 쏘는 맛을 지켜낸다

잠잠한 듯 보여도 틈만 있으면

튀어나오려는 폭발

거품은 오래 참았던 일에서

한 무더기 흰 꽃처럼

부글거리며 핀다

 

탄산의 종류는 다혈질

쓴맛을 끝까지 지켜낸 꼭지도

빨강을 이길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몰아붙인

뚜껑의 힘

지상에서 솟아오르는 회오리들이

뚜껑과 병목의 회전에서

, 발아한다

 

 

 

 

 

 

▲이정희 시인

경북 고령 출생

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3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대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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