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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외 1편 / 안미숙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0 [10:00] | 조회수 : 118

 

유채꽃

 

 

우리가 본디 사람이었다는 것을

꽃으로 핀 다음에야 알게 되었지요

 

부드러운 코 끝에

우리의 향기를 부벼보는 얼굴들

, 우리도 본디 사람이었지

온갖 애증과 더불어

썩지않는 욕망들을

무덤 속 깊은 곳까지 가져갔던

아득한, 아득해진 살내음

 

우리가 본디 사람이었다는 것을

꽃으로 핀 다음에야 알게 되었지요

 

우리 곁에서 잠시

근심과 두려움을 부려놓고

평안히 눈을 감는 얼굴들

다정한 웃음과

그윽해지는 마음의 눈물들

따스하고 행복한 발자국 소리들

햇살 속에서 걸어 나오는

눈이 부신 사람들

속살거리는 사랑의 밀어들

 

당신들 또한

꽃으로 핀 다음에야 알게 될 테지요

우리가 본디

우리 모두였었다는 사실을

 

 

 

비오는 날의 별미

 

 

이 번 여름도 작년 여름처럼

마스크를 벗지 못하겠다

강물도 그 강물에 고인 하늘도

산도 들도 그 산들에 집 지은 새들도

모두들 코로나 역병이 오기 전보다

더 맑고 더 푸르고 더 명랑한데

우리 집 손님들은 밥 자시러 와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멀찍이 서로 떨어져 앉으신다

둥둥 역병 바이러스가 떠다니는 세상을

누가 신경이나 쓰냐는 듯

어제부터 오기 시작한 비는

오늘도 저희들끼리

한가한 식당 바깥에 길게 줄을 서서

웅성웅성 떠들어 대는데

제법 귀 밝은 손님 한 분

드르륵 닫힌 창문을 열어 주신다

초여름 빗줄기 수다가 때마침 끓기 시작한

해물탕 속으로 퐁당퐁당

찰진 수제비처럼 뛰어들고

우리 집 점잖으신 손님들은

보글보글 뚝배기 안에서

맛깔나게 익어가는 빗소리를

후루룩 후루룩 시원스레 잘 건져 드신다

 

 

 

 

 

▲안미숙 시인

경남 산청 출생

경남 산청 거주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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