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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박복영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0 [10:15] | 조회수 : 61

 

12

 

 

먹구름에 숨을 참던 눈꽃들 만발했지

 

그때, 겨울이 왔고 당신은 용서하지 못한 눈발을 헤집느라 귀와 눈을 잃었지

 

눈 뜨지 못한 꽃봉오리들 흔들리는 아픔으로 죽지를 털고세상에 주저 않지 않으려 꽃을 피워대고 있었지

 

갯바람에 몹시 붉어진 것들이 숨 틀 때마다 당신의 슬픔으로 피는 꽃. 동백

 

눈발에 땡볕이 걸어 나오고 풀벌레 소리가 쏟아져 나왔지

 

파도처럼 고갯길을 넘으며 소매에 꾹꾹, 울음을 눌러 숨기던 누이 같았지

 

슬픔을 지천에 흩뿌려 울던 꽃

 

눈발아래 후회처럼, 속죄처럼 붉은 꽃들이 뚝,뚝 졌지

 

이별처럼, 자꾸만 눈물이 묻어났지

 

 

 

시작 노트

 

기다림, 흔들림, 그리고 이별

 

 어둑해지는 저물녘을 기다린다. 하루치 소란스러움이 잦아드는 시간. 일찍 켠 불빛이 발자국을 기다리듯 나는 끝을 기다린다. 이웃의 속마음을 기다리고 비켜 지난 어제의 시간들을 기다린다. 밀려 내려오는 지하철 계단에서 손목을 놓지 않던 당신을 어제로 돌려보낸다.

 

 누군가 가족이 떠나고 이별을 준비하는 슬픔을 아무 말 없이 기다린다. 모두가 슬픔이다. 세계가 그렇다. 진눈깨비가 날리는 국밥집의 기억이 그렇고 낯설지 않은 아메리카노의 뜨거운 커피향이 그렇다. 이별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한다. 이별을 견뎌야하는 이웃이 염려스럽고 울어야하는데 소리 나지 않는 슬픔이 그렇다

 

 열려버린 판도라 상자는 닫을 수 없고 우리는 견뎌야한다. 말을 감추고 손을 씻고 거리를 두고 손끝이 닳도록 문자를 보내고, 혹은 전화를 한다.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쁘게 살아가고 나는 내 봄을 찾느라 창가를 뒤적인다

 

 우리들에게 할 일이 남아있고 각자에게 할 말이 남았다 가슴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과 나는 어떠한가 돌아볼 일이다.

 

 

 

 

 

 

▲박복영

전북 군산출생.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송순문학상.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성호문학상 등.

시집 낙타와 밥그릇외 시조집 바깥의 마중

전북작가회의, 오늘의 시조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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