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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주산지 외1편/ 권순해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1 [10:17] | 조회수 : 44

 

겨울 주산지 

 

 

산 그림자 혼자 길어지고 있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의 그림자 짧아지고 있네

 

아직 당도하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지

이미 떠난 사랑 아쉬워하는지

아랫도리를 물속에 처박은 채

고개를 주억거리는 저 왕버들

 

수척한 어깨 사이를 들락거리는 바람과

몸을 맞추고

이따금 셔터 속 배경이 되기도 하네

 

외로운 시간을 뒤척일 때마다

잔물결만 펄럭일 뿐

당신은 멀기만 하네

 

알 수 없는 무늬를 물 위에 찍어놓고

발자국들 모두 돌아간 저녁

직박구리 한 마리가

텅 빈 풍경을 물고 아득해지네

 

 

 

몸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책장 한구석

그가 벗어 놓고 간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뽀얗게 뒤집어쓴 먼지를 걷어내고

시간을 펼쳐본다

 

여기였다가

저기였다가

나였다가

그였다가

오래된 것들은 망가져 버린 필름처럼

뒤죽박죽 엉키기도 한다

 

밤새 낯선 골목만 헤매다가

일어나 창문을 연다

, 고여있던 한기가 몸으로 든다

 

안개주의보 사이로 느린 속도들이 지나가고

푸르스름하게 새벽이 깨어난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그가 지나갔을 길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다

 

 

 

 

 

 

▲권순해 시인

2017<포엠포엠> 등단

시집가만히 먼저 젖는 오후-포엠포엠

2018년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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