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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순간 외 1편/ Daisy Kim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4 [09:10] | 조회수 : 189

 

저녁의 순간

 

지평선을 지운 저녁의 발목이 대낮의 무릎을 단단히 감싸 안고 골목 나무의 그림자를 따라온다 저녁의 투명한 내부에 어둠을 진열해 놓은 검은 새들의 검은 노래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푸른 나뭇가지가 두드리는 저녁의 빈 뼈

가시 박힌 어둠의 통로 밤을 끌고 온 구름이 비대칭 표정을 덧 씌우며 지나간다

저녁의 체위를 껴안은 이웃들 담장 아래 고양이의 하품을 껴입으며 지나가는 것은 무럭무럭 검은 살집을 늘리는 바람

밤의 벽과 벽 사이 캄캄한 그림자들은 느릿느릿 새,벽을 세운다

깊어지는 창문을 문지르는 저녁의 메마른 손금 금이 번진 유리의 뒷면은 먼 별의 빛을 오려내고 밤의 잠꼬대를 묶어 저녁이라는 아름다운 실패를 잠재운다

낡은 원피스를 입은 저녁의 뒷모습이 행랑처럼 밤의 골목에 접힌 계단을 뒤축 없이 건너간다

어둠이 들어 올린 붉은 십자가 불빛 아래로 신성한 주홍빛 별잎사귀들 떨어지며 제 무게를 내려놓고 있다

 

 

퍼즐의 사회학

 

당신은 나를 도미노처럼 쓰러트린다

 

정답 없는 질문을 던지는 당신

나는 주사위의 숫자로만 존재한다

당신의 규칙 속에서 나는 설명서 한 장으로 접히는 표정이다

 

달력에서 빠져나간 시간이 아침마다 요일을 갈아 입고 하루를 삼교대의 피크닉으로 나누면 나는 상한 김밥을 먹게 될 확률이 높다

 

빠른 보폭으로 걸어 도달한 회전문

나가는 문이 들어온 문이 되는 미로를 직립으로 걷는다 커브에서 만난 서프라이즈는 노란 리본을 단 선물로 빙고를 터트린다

 

흩어진 직소퍼즐의 정체 한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져 밟힌다 나는 당신의 발꿈치를 물어 버린 후 잠수함을 타고 숨은 그림 사이로 숨바꼭질처럼 사라지는 수수께끼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직각의 탁자에 마주 앉아 구겨진 오후를 레고 박스에 담는다

멈춘 정거장의 멈춘 레일

레고의 칸과 칸 사이는 그물 같은 조직으로 얽혀 있다

 

떼를 지어 돋아난 가시 같은 강박

교과서적인 타협은 늘 수직으로만 이동한다

 

어제였던 바닥이 공기 빠진 풍선을 매달고 오늘을 퍼레이드처럼 걸어온다 손을 비비며 오늘의 본색을 숨긴 이벤트는 견고한 내일의 벽을 쌓는다

 

이 플랫폼에서 페르마의 밀실은 열리지 않는다

 

 

 

 

 

 

 

▲Daisy Kim

하와이 거주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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