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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에 대하여 외 1편/ 이명윤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4 [09:22] | 조회수 : 91

 

쓸쓸함에 대하여

 

 

단골집이 사라졌다 단골집이 없는 세상을 천천히 뒤돌아 걸었다

 

헐렁한 걸음이 심심해져서 휘파람을 불며 걸었다

 

흔한 칼국숫집 하나가 무어라고 중얼중얼거리며 유령처럼 걸었다

 

걸음의 표정을 누가 볼까 봐, 낯선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주남저수지

 

 

누군가 양팔을 크게 벌리면

세상의 길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면

길이 찰랑찰랑 발을 담그고

길이 첨벙 머리를 물속에 넣기도 하고

길이 아이들처럼 동그랗게 가슴을 맞대고

길이 사뿐사뿐 춤을 추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갈래 머리 곱게 땋은 길이

공중을 지나가는 곳이 있다면

오늘의 슬픔은 그저

발목이 젖을 만큼만 슬픔,

나 기꺼이 울음 위에 두 발로 떠다니겠네

걸음 위에 걸음이 다정히 내려앉고

시간 위에 시간이 천천히 걸어가며

몸을 부대끼며 따듯해진 길들이

일제히 음악처럼 날아오르는 곳이 있다면

그리하여 떠나는 길이

참 행복했다, 말할 수 있다면

두 팔을 접으면 모두 유유히

한 장의 사진 속으로 아름답게 사라지는

그런 곳이 정말

우리들 세상에 있다면

 

 

 

 

 

 

 

▲이명윤시인

1968년 통영 출생.

2006년 전태일문학상, 2007년 계간 시안신인상

시집 < 수화기 속의 여자 > <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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