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바람은 자꾸 공회전만 한다 외 1편/ 문이레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6 [09:47] | 조회수 : 82

바람은 자꾸 공회전만 한다

 

 

장난처럼 침 튀기며 길을 점치던,

 

광장 앞

푸른 치마가 바람에 날리듯 휘둘리는 여자

 

바람의 발걸음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전광판 속 여자는 등이 시리다. 이젠 영영 돌아설 수 없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보에 싸인 채, 헤어진 아기의 울음이 경적처럼 들리고

 

마주 선 횡단보도 붉은 신호등은 또다시 깜박거리는데

까르륵거리며 지나치는 한 무리 여자들,

흰 블라우스 속 부풀어 오른 앞가슴이 숨을 참을 적마다

세상은 비릿한 일몰로 출렁인다

 

길은

양 갈래, 땋은 머리카락처럼 꼬이기만 할 뿐

좌회전 우회전도 선택이 아닌

그 시각 사건으로 묻힐 때

 

머릿속 메모리는 한 가지 사실만을 주입한다

앞으로, 앞으로

 

등이 시린 여자의 짧은 오후가 또다시 우회전 앞에 섰다

 

버스는 막 광장을 벗어나고

어둔 바람은 자꾸 공회전만 되풀이한다

 

 

 

가면

 

 

너를 문밖에 세워두는 꿈을 꾸게 되면,

 

이것은 온전한 답이 아니라 말하는,

 

누가 먼저랄 것 없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의 끝은 스스로 얼굴을 가리는 것

 

완판을 꿈꾸는 거리의

어떤 희망도 들어서지 않는 골목으로, 그가 걷고 있다

 

빛과 어둠의 공간은 따라다니는 양각陽刻처럼

숲을 떠난 걸음은, 태양의 뒤편이 궁금하겠지

 

어디에나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통증을 안고

불멸의 사랑은, 흘리지 말아야 할 눈물과 기대하지 말아야 할 기대의 해답은 버리지 못한 채

 

지구의 자전 위에서만 돌고 도는,

 

우린 달팽이관의 느린 울림으로

식을 줄 모르는 갈망의 갈피에 아침을 찔린다

 

누구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한 수수께끼들

불안처럼 안고 가면

의심은 눈뭉치처럼 단단한 형체를 만들어 가는데

 

물음에도 자성의 법칙이 존재한다면

 

네게 보일 수 없는 건 또 다른 상처의 유형일지,

 

문을 나서면

가릴 수 있는 건 다 가릴 수 있다고

말하는, 우리

 

거리는 빛을 등진 휑한 바람으로 화답한다

 

 

 

 

 

 

▲문이레 시인

2019년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

2019시산맥등단.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홍수연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 집필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