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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관한 생각 외 1편/ 박주하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6/16 [10:03] | 조회수 : 60

 

 

줄에 관한 생각

 

 

거문고에 줄이 없었다면

누가 줄을 튕겨 심연을 건드려 보았을까

 

어미가 줄을 놓아주었으니

새끼도 그 줄을 타고 지상에 발을 들였겠지

 

탯줄을 감고 노래 부르고

탯줄을 타고 춤을 추고

한 올 한 올

서로를 튕겨주는 믿음으로 즐거웠으나

 

약속에 매달리고

관계에 매달리고

 

그 줄 점점 얇아지고 가늘어졌으니

돌아갈 길이 멀고도 아득하여라

 

몸으로 엮었던 줄을 마음이 지워버렸네

 

서로에게 낡고 희미해져

먼지처럼 가늘어진 사람들

 

요양원의 투명한 링거줄에 매달려있네

잃어버린 첫 줄을 생각하네

 

 

 

꽃잎 위에서 자란 바람에게

 

 

오늘은 또 어떤 마음으로 울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너는 장미의 심장을 찢는 법부터 배웠구나

 

어제의 얼룩을 지우지도 못했는데 오늘 주고받은 수치심들이 어둠에 물들어 갑니다

 

우리가 배운 가혹한 말들은 심장에서 나왔으나 돌아가는 길을 모릅니다

 

돌아가도 붉은 꽃을 피울 여유는 없겠지만 하나의 마음을 깊이 알지 못한 죄는 상한 여름밤을 지나갑니다

 

거리는 이미 낡아버렸고 도처에 자신을 끌고 가는 발소리들이 낯설어지는 이곳

 

한없는 마음의 겹이 타올랐던 것인데 왜 우리는 늘 서로 다른 말을 듣는 걸까요

 

당신의 날들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돌아갔지만

 

기억은 처음으로 돌아와 매번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앞으로 열 걸음, 뒤로 열 걸음 매일 십자가가 열리는 여름밤

 

오직 십자가만 보이는 창가에서 가지런히 슬픔을 포개고 갱생 중입니다

 

 

 

 

 

 

 

 

▲박주하 시인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서

1996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항생제를 먹은 오후』 『숨은 연못』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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