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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박일만시인 | 입력 : 2019/09/23 [23:35] | 조회수 : 1,305

 

▲     ©시인뉴스 포엠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너스레

문학인, 비문학인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읊조리는 작품 입니다. 기다리는 대상이 연인이라거나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염원했던민주혹은 자유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기다림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획득함으로써 사랑이라는 절실함을 나타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본적이 있으시겠지만 기다리는 일은 가슴이 뛰고 더 나아가 마음 아픈 일입니다. 모든 신경을 대상이 들어 올 문을 향해 열어 놓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너 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처럼 감각이 문을 향해 집중돼 있습니다. 그리고 간절함을 넘어 침혹하리만치 안타까운 시간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고 의지를 다져봅니다. 연인이어도 좋고 민주주의라도 좋습니다. 기다려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서정입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2005<현대시> 신인상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서정시학),

뼈의 속도(실천문학)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 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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