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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 고영민

박일만시인 | 입력 : 2019/10/28 [10:03] | 조회수 : 240

 

▲     © 시인뉴스 포엠



▲     © 시인뉴스 포엠



 

만삭/ 고영민

 

 

새벽녘 만삭의 아내가 잠꼬대를 하면서 운다. 흔들어 깨워보니 있지도 않은 내 작은마누라와 꿈속에서 한바탕 싸움질을 했다. 어깨숨을 쉬면서 울멍울멍 이야기하다 자신도 우스운 듯 삐죽 웃음을 문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작은마누라가 예쁘더냐, 조심스레 물으니 물닭처럼 끄덕인다. 큼직한 뱃속 한가득 불안을 채우고 아내는 다시 잠이 들고, 문득 그 꿈속을 다녀간 작은마누라가 궁금하고 보고 싶다. 잠든 아내여, 그리고 근처를 서성이는 또다른 아내여. 이 늦봄의 새벽녘, 나는 지척의 마음 한자락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제쯤 아내가 숨겨놓은 작은마누라를 내 속으로 몰래 옮겨 올 수 있을까. 번하게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내의 꿈속을 오지게도 다녀간 사납지만 얼굴 반반한 내 작은마누라를 슬그머니, 기다려본다

 

 

 

너스레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누라 자랑하는 사내는 팔불출이라는데 이 시의 작자는 드러내놓고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작은 마누라를 내세워 질투를 가장한 한바탕의 사랑싸움을 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은근히 아내를 또는 아내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한껏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 한편에 이 같은 진정성을 담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아마도 이 시대를 사는 남성들은 모두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죠. 임신한 여자를 보고 숭고함을 느끼지 않는 사내는 없기 때문입니다. 작은 마누라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과 약간의 위트도 시의 맛으로 남습니다. 속으로 후훗 대며 읽을 수 있도록 양념도 적당히 넣었습니다. 온통 사랑의 감정으로 범벅칠을 했지만 작자의 진솔한 마음이 엿보입니다.(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2005<현대시> 신인상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서정시학),

뼈의 속도(실천문학)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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