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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처럼 눕다 / 권혁웅

박일만시인 | 입력 : 2020/01/03 [22:52] | 조회수 : 220

 

 

  © 시인뉴스 포엠



 

풀잎처럼 눕다/ 권혁웅

 

 

풀잎에 한 여자를 빗댄 적이 있었지 아무도 지나치지 않는 새벽이었어 골목길에 접어드는데 내게 휘청하며 몸을 기댄 그런 풀잎 말이지 거기에도 길이 있고 여관이 있고 폐허가 있었어 그녀를 한번 건드리면 그 세상 다 쏟아졌을 거야 나는 조심조심 골목길을 돌아나왔네

 

가령 먼지처럼 쓸쓸한 날에는 그 풀잎이 생각나곤 해 가볍게 가볍게 그 여자위에 앉고 싶었지 더럽히고 싶었어 둥글고 푸른 등허리를 내가 보아버렸던가? 골목은 돌아가도 돌아가도 끝이 없고 풀들은 나를 전송하며 길가에서 손을 흔들었다네

 

지금도 골목을 돌아가면 그녀가 길 끝에서 나를 기다릴 것 같아 푸른 옷소매가 가끔 꿈에서 보여 나도 풀잎처럼 가만히 눕고 싶었어 그러면 그녀는 제 몸의 무늬를 보여주겠지 그 무늬 속에 숨고 싶었어 그래 맞아 나는 물그림으로 된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네

 

 

 

너스레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며 물그림으로 된 집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합니다. 아득한 기억 속에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가며 그녀를 생각합니다. 여자는 마치 풀잎처럼 애처롭거나 안겨드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밤늦은 골목길에서 느끼는 호젓한 사랑입니다. 전혀 저속하지 않고 오히려 숭고함을 느끼게 까지 합니다. 감정조절에 능한 사랑입니다. 지나간 사랑은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추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사랑입니다. 지금도 그 사랑을 꿈꿉니다.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보여주었던 몸 무늬를 보며 풀잎위에 앉은 이슬처럼 깨끗하고 영롱한 사랑을 하며 살고 싶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심과 평정심을 잃지 않은 존귀한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2005<현대시> 신인상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애지),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서정시학),

뼈의 속도(실천문학)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

<뼈의 속도>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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