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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인들 / 도종환

박일만시인 | 입력 : 2020/08/12 [10:28] | 조회수 : 133

 

  © 시인뉴스 포엠



어떤연인들 /도종환

 

 

동랑역까지 오는 동안 굴은 길었다

남자는 하나 남은 자리에 여자를 앉히고

의자 팔걸이에 몸을 꼬느어 앉아 있었다

여자는 책갈피를 넘기고

남자는 어깨를 기울여 그것들을 읽고 있었다

스물여섯 일곱쯤 되었을까

남자의 뽀얀 의수가 느리게 흔들리고

손가락 몇 개가 달아나고 없는 다른 손등으로

불꽃 자국 별처럼 깔린 얼굴 위

안경테를 추스르고 있었다

뭉그러진 남자의 가운뎃 가락에 오래도록 꽂히는

낯선 시선을 끊으며

여자의 고운손이 남자의 손을 말없이 감싸 덮었다

굴을 벗어난 차창 밖으로 풀리는 강물이 소리치며 쫓아오고

열차는 목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남자의 손가락

여자는 남자의 허리에 머릴 기대어 있었고

남자의 푸른 심줄이 강물처럼 살아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스레】

애틋한 정경 묘사입니다.마치 흑백영화의 토막을 보는눈에 선합니다.기차 안에 하나 남은 의자에는 정작 불구인 남자가 앉지 않고 애인인 여자를 앉혔습니다.그리고 남자는 통로팔걸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고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팔로 두르고 있는 장면입니다. 위태로워보이지만 애정이 가득 담긴 정황입니다.자세에서 여자는 책을 펼쳐 남자에게 보여주고 남자는 손가락이 없는 손등으로 안경을 추슬러 가면서 읽고 있습니다.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없습니다.순간적으로 그린 그림과도 같습니다.시인은 빠르고 정확하게 사랑의 이미지를 들춰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기차가 터널을 통과하여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듯 연인들 또한 인생의 고난을 통과하는 중일 것입니다.속을 뚫고 터널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시인의 예리한 시각이 하나의 스토리를 낳았습니다.(박일만시인)

 

 

 

<박일만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 현대시> 신인상등단

·시집사람의무늬(애지),뿌리도가끔날고싶다(서정시학),

       뼈의속도(실천문학)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우수 문학도서 선정

  <뼈의 속도송수권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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