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심우기 시인의 안식을 위한 이야기3-척/유진

심우기 시인 | 입력 : 2021/02/16 [10:01] | 조회수 : 110

[심우기 시인의 안식을 위한 이야기 3] -유진 

시와 시학, 2020

 

 유진 시인은 포항에서 첼로를 연주하며 글을 쓰고 절차탁마하는 시인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스스로 학생을 가르치고 공부하며 자신의 시의 길을 더 깊이 갈고 넓히고 있다. 그녀의 시집 척을 받아 들고 오래 두고 읽어 다. 편편이 잘 읽어야 할 정도롤 좋은 작품이 눈에 띄었기 대문이다. 즉 생각을 해야 했기 대문이다

 나는 전체적으로 이 시집에서 시인이 현대 사회와 세태에 깃든 허위의식과 불안을 빗대어 쓴 작품들이 우선 마음에 들어왔다 

표제시 척을 먼저 보자. 말 그대로 척은 진짜는 아니다 말 그대로 척이다 죽은척 그런 척 , 시늉이나 흉내 내기 그게 척이다. 얼마나 거짓되고 위선인가. 상황에 다라서 사람들은 위험을 모면하거나 아니면 이득을 얻기 위해 상대를 속이기 위해 척을 한다. 그런 우리네의 위선을 시인은 다음과 같이 작품으로 형상화해냈다.

 

 

척이 걸어가네

 

턱은 약간 위로 시선은 아래 사선으로

등 어깨 목을 최대한 곧추세운

척들은 하나같이 독일 병정이 되네

 

힘센 투명 줄을 잡은

척과 척의 비밀 쉬 쉬

둘이 되고 넷이 되고 여덟이 되고

 

척을 가르면 쏟아지는 표정들

사랑인 척, 아닌 척, 궁금한 척, 놀라운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알고도 모르는 척, , 척들

 

척이 마을을 이루네

 

척이 척을 갉아먹네

아이가 부모를, 부모가 아이를

남자가 여자를 , 여자가 남자를

사람이 사람을 갉아먹네

 

깁스를 한 척들이 아슬아슬 걷네

 

다물지 못하는 입들이 뭉게구름이네

 

 이 척들은 서로를 불신하게 하고 의심을 만들며 차별과 멸시를 부르고 증오를 부르며 파괴를 부를 수 있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척들, 진짜가 아닌 가자의 세계들 진실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포장된 세계에 하다못해 부모 자식 간 까지도 서로를 믿음으로 보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것은 진실한 대화의 부재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불신은 서로를 좀 먹고 상처를 준다. 부상당하여 저마다의 깁스로 기우뚱거리는 척들의 세계, 나는 어떤 척을 하였나 자문을 해본다

 

편견

 

바다를 읽었다

빛과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결, 빛깔, 소리

저 다변의 감정들을 넓고 푸른 바다라 단정한

당신은 누구였지?

 

잘못 읽힌 바다, 깨지고 부서진 기억의 조각들 둥둥 떠다니는 바다를

너 혹은 나라고 읽어도 될까

보고 봐도 모를

듣고 들어도 모를

 

나를 잘라낸다

귀를 자르고 눈과 입을 자르고

몸통부터 다시 퍼즐 한다

 

옅은 물자락 당신, 너울 파도 당신, 해일로 치솟은 산을 일시에 뭉개고 다만 넓고 푸른 바다라 일축하는 당신을

 

믿음이라고 불러도 될까?

 

 이러한 불신의 세계에 역설은 믿음이다. 무언가 강력하고 거대하며 확신이 드는 존재, 그것을 사람들은 믿고 따르며 신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단순 일변도로 칭할 믿음의 존재라는 것은 존재할 것인가. 거대한 명제나 고유명사 하나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변의 감정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것조차 허상인 것이다. 물과 상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하물며 나의 믿음 나의 존재조차도.

 

싸락눈 내려

 

내 자란 집 근처 부산문화회관

무대 조명 꺼지고 객석엔 꼬리 잘린 박수 소리

치열과 격정 한 송이씩 나눠 든 관객들 떠나고

아쉬움과 허탈을 챙겨 넣은 악기 서둘러 분장실을 나서는데

예보 없던 눈이 내린다

 

어디쯤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내 어린 날 꽃동산엔 빌딩숲이 자라고

떠난 이들 그리워 싸락눈 내리는데

옛 그림자 자욱한 고향은 마음에만 지닐 일

 

희끗한 머리에 싸락싸락 꽃눈송이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태생적인 불안은 존재자의 얼굴을 가진 그 시각부터이다.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불완전의 존재에서 완전을 추구하는 불안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모든 것은 변하고 바뀌며 다른 차이를 가진 저마다의 얼굴을 지닌다. 우리가 익숙한 것이 더이 상 익숙하거나 친숙하지 않으며 알던 것은 사라지고 바뀐다. 이것이 불안의 이유다. 여기에서 어떤 믿음을 나는 만들며 찾을 것인가. 답이 없는 삶의 물음, 그것이 살아 있게 하고 때로는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것이리라.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홍수연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 집필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