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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생태학적 온도와 심미적 서정- 한기욱의 시

이화영 시인 | 입력 : 2021/02/26 [10:03] | 조회수 : 101

 

 

언어의 생태학적 온도와 심미적 서정

- 한기욱의 시

 

 

이화영

 

 

사물과 내면을 이루어 가는 온도의 파동

 

언어는 그 자체로 실체성을 가지며 의미를 발생시키고 지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언어는 머리와 가슴에 남기고 새겨지며 생태학적 온도를 지니게 된다. 언어라는 시원을 향한 원초성은 문학을 통하여 미학적 표출을 드러낸다. 문학 장르에 관한 여러 담론 가운데서 시적 담론이 차지하는 몫은 크다. 시적 상상력과 생태학적 상상력은 인간의 정신을 퐁요롭게 하며 인간과 생물권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나 종을 폭넓게 아우르며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다. 인간은 언어생태계의 구성원이다. 문학을 역사적 시간과 사회적 공간의 산물이라고 규정할 때,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 언어를 내세운 것이 문학이라면 시는 언어의 방법적 변용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대에서 시는 예술의 범주에서 제외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는 예술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예술보다는 예언력에 가까우며, 주술을 통하여 인간은 자연의 정령들이나 신들과 소통을 한다고 생각했다. 시인은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존재이자 언어의 주인인 것이다. 한기욱 시인의 시가 비롯하는 서정의 주류에는 은밀한 감각의 기억과 서정이 있다. 그는 개인의 상상력을 통해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들과 마주하면서 내면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식구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언어의 밥을 한다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렴

개량하는 것은 사람의 허기를 가늠하는 것

새벽 기도하듯 고개 숙인

여문 언어를 넉넉하게 담으렴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르게 씻는 것이지

물에 바싹 마른 언어를 넣고

형체는 바르지만 속이 비어있는 이물질

떠오르게 하거나 가라앉혀 분리하는 일

생명수에 몸을 담그는 침수례

 

........(중략)..........

 

때로는 따뜻함도 있을 거란다

때로는 숨 막히는 고통 속에서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고

위 아래로 수없이 바뀌는 자리를 찾아 돌고 또 돌고

은전에 팔거나 은전에 팔리거나

서로 몸 부딪치며 뜨거움을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지

 

언어의 밥 짓기는

증기를 뿜으며 달려가다가도

불을 끄고 기다리는 것

뜸 들이는 일은 언어에 윤기를 더 하는 일

잠든 세상을 고소한 향기로 깨워가는

축복의 기도로 마무리 하는 것

언어의 밥-결혼하는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부분

 

시는 사람과 사물의 고유관계의 반영이다. 한기욱 시인은 시를언어의 밥으로 치환하여 시 쓰는 자세와 방법을 정성스럽게 짓는다. 언어의 밥은 시(). “식구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언어의 밥을 한다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렴하나의 문장을 얻기 위해 눈 뜬 신 새벽 달그락 거리고 있는 시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투과하는 시간 언어의 밥을 짓는 시간을 기쁨으로 여기라는 권유를 잊지 않는다. 시인은 언어의 밥을 짓기 위해개량하고허기를 가늠한다. “새벽 기도하듯 고개 숙인 / 여문 언어앞에 투시 된 시인의 내면세계는 고요하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르게 씻는 것이지/물에 바싹 마른 언어를 넣고에서 요구되는 체험은 시인과 사물과의 긴밀하고 섬세한 경험을 의미한다. 세계는 스스로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풍부한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기욱 시인이 드러내려는언어의 밥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으므로 시인의 감성과 서정이 식지 않고 격렬히 타오를 수 있는 것이다. ‘언어의 밥이라는 도구적 연관성에 의해 언어를 싹 띄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뜸 들이는 작업은 ()’에 이르러 필연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형체는 바르지만 속이 비어있는 이물질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일깨우는 데는 밥만 한 것이 없다. 시인은언어의 밥을 통해 고도의 감성과 감각을 요구하는 전략을 보여준다. ‘비어있는 이물질에서 은폐되어 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문장을 채광 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시인은비어있는()’세계 내에 자리하고 있는 문장을 발견하는 존재이다. “떠오르게 하거나 가라앉혀 분리하는 일을 통하여 시인은 존재론적 결핍을 자신의 관념이나 개념으로 그 세계를 만들지 않고, 상승과 하강을 거친 생명수에 몸을 담그는 침수례의 문장을 찾으려한다. 시인의 문장은 이미 언어의 밥에 내재하므로 시인은 그 밥을 지어야한다. “위 아래로 수없이 바뀌는 자리를 찾아 돌고 또 돌고하는 행위의 정도가 있어야만 시인은 밥의 문장을 획득할 수 있다. “언어의 밥 짓기는/ 증기를 뿜으며 달려가다가도/불을 끄고 기다리는 것이다. ‘언어의 밥이 문장이라면 이 시에서 구사하고 있는 개량, 허기, 여문 언어, , 생명수, , 땀방울, 구원, 곡식, 눈금, 제사장 등의 질료들은 문장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들이다. 시인이 짓고 있는 언어는 밥이면서 동시에 시()인 것이다. 언어의 밥은 시인이 지었으므로 시인의 것이나 이것은 시인이 만들어낸 세계가 아니다. “뜸 들이는 일은 언어에 윤기를 더 하는 일을 기다려축복의 기도로 만들어진 이미 존재하는 세계이다.

 

2. 공유 의식으로서 우리

 

시인은 어떤 극단적 경험을 통해서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낸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밑바닥을 경험한 후, 이러한 체험이 앞으로 그가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싸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는 더 이상 벽에 갇혀 주저앉지 않는다. 이제 세계와 자아의 관계는 단절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서 그것이 기쁨이든 아니면 고통이든 하나의 삶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 때 시적 문맥을 생성시키는 것이우리라는 공감의 정서이다.

 

우리에게 전생이 있었다면

너는 아라비아 사막의

오푼티아 선인장인가보다

모래 알갱이 살갗을 파고드는

사막 한가운데서 태어나

언덕을 넘는 사구의 노래에 뿌리 내렸으므로

삶의 발자국은 모래 속에 숨겨둔 지 오래다

 

나는 너를 만나야만 하는 목적으로

화석처럼 굳어진 흔적을 찾아

뜨거움과 차가움의 극과 극

바람의 눈 속으로 달려가는 밤의 여행자

너의 몸은 눈물로 가득 차 있음으로

나는 긴 속눈썹을 껌벅이며

낮은 울음을 은하수처럼 흘려보내며

너에게로 간다

 

우리는 선인장과 낙타

가시 돋친 몸짓도 내 안에서는 생명이었으므로

찔러라

내 피를 네 땅에 뿌려 꽃이 되리라

네가 가고픈 곳으로 데려가리라

사막의 별처럼

서로의 눈 속에 흐르며 살자

무뎌진 감각을 무찌르며 살자

부부전문

 

시인이 노래하고 있는부부사이의 거리는 오묘한 관계이다. 부부 사이의 감정은 고정되거나 틀지어지지 않고 변화와 생성의 흐름 속에서 그 존재성을 드러낸다. 시인의 태도는 를 포함한 우리라는 복수의 개념을 생성시킴으로써 자신이 처해있는 정서를 공유적 상황으로 유도해낸다. “우리에게 전생이 있었다면/ 너는 아라비아 사막의/ 오푼티아 선인장인가보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들의 일상의 삶, 삶의 양태는 반복적이라는 점에서 권태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인은 그 속에서 오히려 일상의 쓸쓸함과 고통을 애정의 시선으로 이미지화 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는 음양의 조화는 늘 서로에게 관계하고 있으며 하나가 아닌 둘의 세계를 겨냥한다. 시인에게 인식되는 세계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세계이다.‘전생으로 거슬러 불러낸 아라비아 사막의 오푼티아 선인장 은 감정의 메타포이면서 시인이 겨냥하는 세계에 대한 메타포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너를 만나야만 하는 목적으로/ 화석처럼 굳어진 흔적을 찾아떠날 수밖에 없는우리라는 공유의식은 화석처럼 굳어진 오래된 인연과 업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인은 오히려 그 속에서 특히 화자의 의지와 권유적 어조, 가리라’, ‘살자는 타자와 동일성을 회복하기 위한 능동적 자세와, 자신의 의식세계를 확장해 가는 사물의 실재와 내면이 이루는 온도의 파동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인이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제시하고 있는 공간 확대는사막’, ‘선인장’, ‘등으로 지칭하고 있으며, ‘밖에 있는 존재로 잊어버려야 하거나, ‘를 고립시키는 억압의 대상이 아닌 공동의 시공 속에 함께 숨 쉬며 소통하는의 일부 인 것이다. “우리는 선인장과 낙타/ 가시 돋친 몸짓도 내 안에서는 생명이었음으로/ 찔러라를 인용한 시에서 보면 시인은 자기 방식대로 명명하고 사물화 한다. “우리는 선인장과 낙타이며, “가시 돋친 몸짓도 내 안에서는 생명이며 급기야는 찔러라고 청유내지는 명령을 한다. 이 시에서 행동하는 것은 전부 사물들이며 주체는 망설임이나 갈등 없이 결합한다. 시인의 시가 보편적이며 근원적 진리를 탐색하는 언어의 온도와 심미적 서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견인력을 제기하며, 시적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3. 새로운 햄릿의 언어

 

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햄릿(Hamlet)에서 인간은 참으로 오묘한 조화, 이성은 뛰어나고 능력은 무한하며 자태와 기동은 이를 데 없고 행동은 마치 천사, 지혜는 신 그대로라. 천지간의 정화(精華), 만물의 영장은 바로 이를 두고 말함이라.”(22)고 말했다. 햄릿이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아닌 생물이나 무생물은 오직 인간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밖에는 아무런 존재의미가 없다. 인간과 자연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햄릿의 사고가 비극을 가져왔고 지나치게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행위가 인간과 자연의 파멸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기욱 시인은 이러한 햄릿의 문장을 빠져 나가 비극에 반()하는 새로운 햄릿의 언어로 방법론적 차원을 달리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화장실에 앉아

불안을 싸려고 힘을 준다

새벽부터 내 몸 안에서 신호를 보내오는 수군거림

힘을 주어도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누구의 눈물이란 말인가

.......(중략)......

어제를 뱉어내듯 오랫동안 양치질을 한다

얼마나 더 천천히 오래 닦아내야

경쟁이란 죽음의 입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인가

소화되지 않은 삶들이 더부룩함 속에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불온한 냄새

 

살아남은 자의 슬픔부분

 

 

버스를 기다리다가

낙엽 위에 허연 가슴을 드러내고

세상을 움켜쥐려는 듯 발버둥치는

벌레 한 마리를 본다

 

높은 곳이 전부인 것처럼

몇날 며칠을 기고 또 기고

정수리에 달린 잎까지

악을 쓰고 올랐을 욕망

드디어

정상에 다다르면

언젠가 떨어져야 하는

세상 이치 체험했으리

 

버스를 기다리다가부분

 

 

아빠 발밑을 조심하세요! 이제 또 다른 시작이예요.

잠깐만, 서두르지 마세요. 첫 걸음이 중요해요. 당신의 앞꿈치가 닿는 순간 크로노스의 발에 달린 날개가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거예요. 사람들은 창끝보다 날카로운 칼을 피해 앉거나 구르거나 매달리겠죠.

.........(중략)...........

이제 처음으로 돌아올 시간인가 봐요. 누군가를 향해 깃발을 꽂는 일. 우리의 발밑에서 지뢰가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요. 내 손가락 사이로 크로노스의 머리칼이 한 움쿰 흘러내려요. 아 저기 누군가 우리를 향해 저벅 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요. 어쩌죠. 제 가슴이 막 터지기 시작한 냄비 속의 팝콘처럼 부풀어 올라요. 그 사람의 가슴에는 깃발이 들어있겠죠.

..........(중략) .........

 

햄릿의 지뢰 찾기부분

 

위에 인용한 세 편의 시의 시공간을 살펴보자. “화장실에 앉아/ 불안을 싸려고”, “신호를 보내오는 수군거림”, “열리지 않는 문”, “물방울은 누구의 눈물이란 말인가”, “허연 가슴을 드러내고”, “세상을 움켜쥐려는 듯 발버둥치는”, “악을 쓰고 올랐을 욕망”, “언젠가 떨어져야 하는”, “발밑을 조심”, “창끝보다 날카로운 칼을 피해 구르거나 매달리겠죠”, “지뢰가 터지지 않기를”, “머리칼이 한 움큼 흘러에서 비슷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가 허우적거리거나 ,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발버둥이다. 이 세 시편들에서는 시적 주체가 보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 명확하게 제시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시인은 자신의 안과 밖의 공간을 설정하고 있으며 자신의 통제 능력 밖에 있는 상황을 보고 있으며 주체는 당연히 불안함을 느낀다. 사물들이 연출하는 현황이 주체의 불안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인간의 생존방식은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과의 등가적 관계로 이어진다. 고된 생존을 지속해 온 죽음의 입 냄새”(살아남은 자의 슬픔), “발버둥치는 벌레 한 마리”(버스를 기다리다가), “머리칼이 한 움큼 흘러내려요”(햄릿의 지뢰 찾기) 등은 동일한 공간 속에 존재하는 신체성을 가진 이미지들이다. 위 시에서 공간과 사물 시어가 변별 없이 사용되고 있음은 공간사물의 범주가 동일함을 뜻한다. 이러한 시적 맥락은 인간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일체의 것들에서 시인은 생생한 언어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언어가 우리의 욕망을 대신하고 언어가 우리를 소비하게 만든다. “제 가슴이 막 터지기 시작한 냄비 속의 팝콘처럼 부풀어 올라요/ 그 사람의 가슴에는 깃발이 들어있겠죠속에 숨겨진 진실과 깃발이 현실을 긍정하고 희망하는 새로운 햄릿의 언어로 펄럭이고 있다. 시적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의식의 투사와 정지된 시간의식으로부터 벗어나, 존재를 가두는 시간의 피막을 벗어나는 순간이다.

 

 

계간,시와경계, 201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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