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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방식 / 박완호

이화영 시인 | 입력 : 2021/03/10 [10:16] | 조회수 : 101

 나무의 방식

 

 박완호

 

 

 

 나뭇잎은 나무의 고통이다. 나무는 뿌리에서 길어 올린 눈물의 유전자를 가지마다 매달린 익명의 이파리들에게 은밀히 주사한다. 실핏줄 속을 흐르는 붉은피톨들, 하지만 쉽사리 들키지 않게, 고통의 무늬는 뒷면에 양각으로 맺힌다. 나뭇잎은, 저려오는 아픔을 참아가며 여름 내내 써내려간 문장들, 가을이면 나무는, 더는 참지 못하고 나뭇잎을 붙잡았던 손을 놓아버리지만, 온 산이 핏빛으로 물드는 순간에도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는다.

  

 

 박완호시집 너무 많은 당신시인동네 시인선. 2014.

 

 

 

 

 시를 읽으면서 나무의 방식을 표시한 수형도(樹型圖)를 본다. 잎이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빈 가지를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뿌리에서 길어 올린 눈물의 유전자로 자신의 가능성을 넘어 이파리들에게 은밀히 주사하는 내공은 온전히 나무 개별자의 것이다. 시인이 보여주는 나무는 둥치가 넓게 뻗어나간 거목일 것이다.

나뭇가지 낱낱이 흐르는 실핏줄이 붉게 비치는 가을이다. “온 산이 핏빛으로 물 드는 순간에도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는 거목의 포효는 잎사귀마다 소리를 새기고, 입히며, 보이지 않는 뿌리의 심연을 노래한다. 프리즘을 통과하는 나무의 환상통이 헤매지 않도록, 돌아갈 곳을 예비하는 뿌리의 노래가 가는 계절 모퉁이 저만치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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